




























- 조쌤 말씀 하나.
우리 옛 그림들 죽이지 않니?
아웃사이더 그림보다 더 끝내주는 아웃사이더 그림같지.
우리 옛 그림은 구도도 없고 아무데나 그리는거야.
우리가 알고있는 레이아웃이란 개념이 다 서양의 투시개념에서 온 건데
현대의 우리는 그것에 아주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의 옛것을 보면 없어보인다고 생각하고 못한다고 생각하지.
그치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구도를 만들어서 끼워 맞추는 것이 더 상상력이 없는 거야.
옛그림 보면 새들이 얼굴 방향도 제각각이고, 잎들도 이상하게 날아가고...
이해할 수 없어서 훌륭한 그림인 것 같아.
몬드리안의 그림도 우리 보자기 안에 지천으로 널려있지.
우리의 이런 그림을 보면 자다가 확 깬 것 같아.
내가 알고있는 모든 미술적 지식은 그냥 수도없는 방법들 중 하나였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 그림에 문갑같은 것들 보면 엉성하게 그려진 것 같지만 몰라서 그렇게 그린게 아니지.
다중시점이라고 현대미술에서는 아주 근세기에 발견된 거지만 우리는 몇백년 전부터 썼다는 거.
아주 극단적 현대주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런 것들을 외국인에게 보여주면 입이 떡떡 벌어지고 좋아서 죽을려고 그래.
그래서 자랑스러워.
이게 선수들이 그린 게 아니라 일반인들이 막 그린 우리 민화거든.
거기에 정신이 있는거지.
기술로 그린게 아니라 마음으로, 정성으로.
그림의 역할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거거든.
우리 그림에도 좋은 캐릭터들이 많이 숨어있어.
- 조쌤 말씀 또 하나.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작업을 하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괜찮은건지 자기가 발견할 수 있는거지.
언제까지 내가 지적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러려면 많이 봐야하지.
우리 그림도, 외국그림도, 좋은 그림을 많이 봐서 눈에 박아놔야 해.
성장의 방법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고,
자기 것이 아닌 남의 것이 좋은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
학생 때 인사동 가서 어떤 전시장에 갔는데 그림이 너무 이상하고 모르겠더라구.
팜플렛 같은걸 보니까 개인전을 20번도 넘게 한 사람이고 경력이 화려했어.
'이렇게 화려한 경력에 개인전을 많이 했으니 한번에 50점씩만 그려도 천점을 그렸겠다,
그 정도 그렸으면 장난 아니겠다.' 그리고 그 그림이 나중에도 계속 생각이 났는데,
그때 잘 모르고 봤던게 지금 더 알고나서 보니 '그게 그 맛이었구나' 라는게 느껴지더라구.
그땐 그림은 안 보이고 멍하고 그랬었거든.
어떤 사람이든지 그렇게 작업을 대하면서 모르는 과정, 답답한 과정이 늘상 있어.
그림도 언제나 죽 발전하지 않지.
계속 보고, 그리고 그래도 제자리인 것 같고 후퇴한 것 같고 그래.
그런데 내공이라는게 있어서 그게 안 튀어 나오다가 확 튀어나올때가 있어.
그 때 그림이 늘고, 밖으로 나가고 그러는 거야.
뭔가 계속 쌓이고 답답하고 그러는 거는 '새벽이 얼마 안 남았다, 곧 터진다' 라는 뜻이지.
안에서 압력이 생기면 분출돼.
그림도 계속 보고 겸손하게 들여다보고 이게 뭔지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고
책도 보고 하면 그런 시각이 자연히 생겨날 거야.
어쩌다 일하는 도중에 언니네이발관 석원님의 일기를 2001년꺼부터 거의 다 읽어버렸는데
(절대 한가해서 그런게 아니에요 '-'; )
곡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많은 앨범을 내고 늘 멋진 곡을 만들었으면서도
곡 하나의 완성을 위해 엄청 힘겨워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래서 읽다보면 조쌤의 말씀이 겹쳐서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여태까진 좀,
'어찌됐든 재밌는 삶을 위해'라는 가벼운(?) 가치관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즐기며 해야하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즐기지 않으면 순수하지 않을거라고만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하지 않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바도 아니고
멋진 한량(?)의 정석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조금은 힘들게, 노동하듯, 우직하게, 그리고 또 그려야 하지 않겠냐고 스스로 타이르게 됩니다.
몸에 익을정도로 오래가면 정말... 정말 좋겠지만요.
(아 그러면 정말 좋겠어요 ㅠㅠ)
- 무라카미 하루키(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계속하는 것 :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 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는 풀려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 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페이퍼 7월호를 보다 그 호의 달력에 적어놓은 저 글을 발견했습니다.
저 글을 옮겨 적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ㅁ-;
지금보다는 좀 더 신선하고 싱그러운 마음가짐이었을텐데.
(더불어 얼굴도! 좀 더 신선하고 싱그...)


요즘 저녁, 갤러리에서 여유시간이 날 때마다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 님의 일기를 읽곤 했는데
어느 새 2009년의 일기를 다 읽어버렸습니다.
이틀 전에 웅선생이 하루키 수필집 2권을 빌려 준 상태이고,
1Q84도 배송 완료되고…
gmf에 가고픈 유혹도 강하고…
언니네이발관과 메이트 앨범이 손 안에 들어와 있고...
전시는 얼마 안 남았는데...
그림은 아직 반도 못 그리고...
잠깐 방안을 둘러보니,
이번 가을은 센티해질 틈도 없이
하루키와 언니네이발관과 메이트와 전시 준비에 빠져있다가
지나갈듯한 예감이 듭니다.
뭐… 엄마님이 3일 내리 전화할 때마다
연애 좀 하라고 하시든 말든... 아무렴 어떻습니까.
(결론이 이 따위 입니다 :) )


아놔.
메이트 멤버들이 참 매력적이긴 하고...
희열님이 뽑은 최고의 밴드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좋다고 해서 순식간에 호색녀가 되는 건 뭐며...
호색녀가 연하남을 마다할수도 있는 법이지 않냐며...
(그리고 그러는 웅선생도 지난달 민페에서 굳은 얼굴로 있다가
오지은이 나오자마자 화색이 돌지 않았던가..._-_)
호색녀라는 단어에 웃겨 죽어하니
내가 정상적인 연애를 못하는 건
계속 저런거에 웃겨해서랍니다.
그렇지만 그런 걱정은
이번 일요일에 그들이 '그리워'를 부르는 순간이 지난 후에나 하렵니다.

요즘 열심히 아침을 챙겨먹다가
너무 조리(?)에 열중 한 나머지 냄비를 태워먹었습니다.
드디어 나도 주부들이 한번씩 한다는 냄비 태워먹기를 저지른 것입니다!
주부도 되기 전에 말입니다!
‘아, 냄비를 태운 것을 발견할 때는 이런 기분을 느끼는구나.
이제 먼 훗날(?) 신부가 되어 냄비를 태워도 당황하지 않겠...지?’
라며 태운 냄비의 검은 때를 벗기는데
3일째 세제와 물에 불리고 불리며 틈날 때마다 힘껏 수세미를 문질러보지만
아직 예전의 냄비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ㅠㅠ
주부는 실수를 하는 만큼 만회할 힘도 가지고 있어야 하나 봅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이불빨래를 하려다
베개 속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더니
높이를 낮추느라 솜을 빼고 대충 꿰맨 부분이 터져서
세탁기 통 안이 온통 솜 천지가 되었습니다. 훗. -ㅅ-)v
이번엔 냄비를 태웠을 때보다 조금 더 당황했지만
'그래도 한번 바깥 구경(?)을 한 솜들이니 베고 잘 때 나에게 신나는 꿈들을 선사하겠...지?'
라며 누가 볼 새라 복도에서 빛의 속도로 세탁기 안에 꽉 찬 솜들을 꺼냈습니다.
주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대인배의 마음도 가져야 하는 건가 봅니다.
일찍 잤더니 오늘은 오전 5시가 되기도 전에 잠에서 깼습니다.
뭐, 좋네요.
